🗑️

doastic 2025. 4. 7. 11:27

계속되는 불안과 후회에 휘말려 주변 사람들에게 끝없이 날을 세우고 나조차 그런 내가 지긋지긋한데도 멈추지 않는다. 그 사람이 싫어하던 그런 모습으로 다시 내가 무너지는 걸 알면서도 감정이 행동이 되어버리는 걸 막지 못한다.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난 아직도 그 사람을 향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.

 

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겨우겨우 출근을 했다. 끝없는 갈증에 물을 마시지만 그 물들이 전부 눈물로 바뀌어 나오는 느낌이다. 아무리 마셔도 속은 비어 있고 빈 가슴은 갈라지고 또 갈라지는 기분.

 

서랍을 열고 인덱스를 꺼내는데 아무리 잡아도 미끄러지는 그 필름이 자꾸만 그 사람처럼 느껴졌다. 내 손에서 놓치기 싫은데 잡으려고 할수록 더 멀어지는 그 사람 같아서. 한 장만 꺼내려는데 항상 하나가 더 따라온다. 마치 그 사람을 놓고 싶지 않아하는 내 마음처럼. 그래도 꺼내야 하는 현실처럼 난 계속해서 붙잡고 또 놓는 걸 반복하고 있다.

 

어제 친구가 조심스레 말해줬다. 예전 커플 모임 때 그 사람이 많이 지쳐 보였다고. 난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정작 나는 몰랐던 걸 남들은 봤더라. 그 사람이 나에게 음식을 챙겨주려 했을 때 내가 무뚝뚝한 말투와 손짓로 밀어냈던 장면도 기억난다고 했다. 사실 나는 그 사람이 더 많이 먹었으면 좋겠었고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그랬는데…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그렇게 서툴렀다.

 

다정하게 말 한 마디, 손끝에 온기 하나 전하면 될 일이었는데. 지금 생각해보면 그 한 마디 그 한 순간이 그 사람 가슴에 얼마나 큰 공허함이었을지 내 무심함이 얼마나 깊은 상처였을지 자책밖에 남지 않는다. 그 사람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을 텐데 나는 혼자 괜찮은 줄 알았어 얼마나 외롭고 서운했을까.

 

아무래도 나는 평생 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지도 모른다. 가슴을 찢어놓고 나서야 그 가슴을 꿰매주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 커졌다는 걸 깨달았으니까.

 

이렇게 티스토리에 감정을 풀어내는 것조차, 결국은 그 사람의 습관이었다.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를 마음속 깊이 존경했는데 이제서야 뒤늦게야 그걸 인정하고 흉내 내듯 따라하고 있는 내가 참 웃기고 또 서글프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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